제목 : 논어와 주판
-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굴기시킨 불멸의 상경
저자 : 시부사와 에이치
역자 : 노만수
출판사 : 페이퍼로드
https://www.yes24.com/Product/Goods/7292215
내가 좋아하는 논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주판.
두 단어가 다 들어 있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본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주판은 상인을 상징하는 단어일 뿐 주판이나 주산 자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뭔가 돈과는 너무나 먼 거리가 있을 것 같은 공자의 논어에서 '상인의 도리'라든가, '정당한 부의 형성에 관한 지혜' 같은 것을 뽑아내어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굴기시킨 불멸의 상경’이라는 해제(解題)를 보고, 이 책이 어려운 어휘로 가득찬 책이 아닐까, 살짝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 解題 : 풀해, 제목제. 책의 저자ㆍ내용ㆍ체재ㆍ출판 연월일 따위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함. 또는 그런 설명)
해제를 보고 부담스럽게 느꼈던 것은 이런 이유이다.
‘경제대국으로 일으킨’이라고 하지 않고 ‘경제대국으로 굴기시킨’이라고 하면 더 의미가 강하게 다가올까? 일단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굴기시킨다는 말은 매우 생소하다. 또 불멸의 ‘상경’이라는 말도 생소하다. 상경(商經)이 아니라 생경(生硬)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이다. 무식을 자랑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어쨌든 그렇다.
하지만, 정작 책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저자가 바로 내 앞에서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친절한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다(번역이 그러한 것인지, 애당초 일본어로도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술술 읽혀진다.
“정당한 부는 부끄럽지 않다”
“내가 일어서고 싶으면 남도 먼저 일어서게 하라”
“월급을 올리는 공자의 비결”
……
이 책은 정당하고 당당하게 돈을 버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저자인 시부사와 에이치는 그렇게 정당하고 당당하게 윤리적으로 돈을 버는 삶을 살았는가?
그는 대한제국 시기에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침탈에 앞장선 인물이라고 평가되기도 하고 있다. 그는 경제침탈이 아니라 정당한 부의 형성, 이동이라고 생각했을까? 일본도 일어서고 대한제국도 일어서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 내가 일어서고 싶으면 남도 먼저 일어서게 하라"라는 것을 일본이 아닌 나라에서도 실천한 것인가? 침탈의 명분으로 삼은 것인가?
그에게 일본 자국민과의 관계에서 윤리적 상인과 타국민과의 관계에서 윤리적 상인이 개념적으로 다른 것일까?
만약 공자가 살아온다면, 무엇이라고 할까? 논어를 잘못 읽었다고 할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0054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70115365807410